김원양

일요신문사 대표이사

초대의 말

영끌의 시대에 영혼을 위로하는 그림

로또청약, 영끌, 주린이, 비트코인….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말들입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광풍이 새해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코로나19로 인해 미래가 더 불안해진 탓만은 아닐 겁니다.

고성장·고금리 시대는 이제 끝났다는 걸,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자본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격차가 더 커지고 자식에게까지 대물림된다는 걸, 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하지 않으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인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겠지요. 어제는 오른 주가에 환호하고 오늘은 떨어진 주가에 한숨 쉬면서도 스마트폰 주식시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우리 삶의 본질적인 가치와 정신적인 면에 집중하는 사람들도 늘었습니다. 인간을 정신적으로 위로하고 고양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그림을 빼놓을 수 없지요.

경기침체로 인해 미술시장 전체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저변이 확대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합니다. 신인작가를 위한 전시가 늘고, 중저가 작품의 온라인 경매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대중이 접근하기 쉬운 아트페어도 많이 늘고 규모가 커졌습니다. 있는 자들만이 향유하던 것에서, 누구나 그림을 즐기고 소장하는 환경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과거의 거품이 꺼지고 이제 그림이 본연의 가치로 평가받는 시대가 되는 듯합니다.

비즈한국과 일요신문이 진행하는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여기에 일조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실하지만 저평가된 작가들을 발굴·소개하고 전시와 작품 판매로까지 이어주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16년 7월부터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작가들이 소개됐습니다.

여섯 번째 전시회인 ‘2021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展’에서는 2020년 4월부터 올 2월까지 소개된 작가 23명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우리 고유의 미감과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본인만의 표현어법을 정립한 성실하고 능력 있는 작가들입니다. 전통적인 화조화를 유쾌하게 변형한 작품, 버려지는 나뭇조각을 예술로 재탄생시킨 작품, 작가의 열정이 묻어나는 퍼포먼스 작품 등 지친 우리를 위로해줄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인사아트센터 전시장뿐 아니라 홈페이지 아트한국닷컴(arthankook.com)을 통해서도 관람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걱정 없이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편하게 감상하시고, 앞으로도 큰 응원과 꾸준한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모든 분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전준엽

화가 – 비즈한국 아트에디터

머리말

다시, 미술의 존재 이유를 생각하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 속에서 일 년을 보냈습니다. 아직도 진행형이지요. 이런 시절을 건너가면서 미술의 역할이 무엇일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과연 미술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술은 정신에 호소하는 것이기에 인간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해왔습니다. 이념의 옷을 입고 대중을 선동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종교적 상징으로 둔갑해 경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요.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아이디어를 앞세워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하는 길잡이로 환영받았습니다. 자본주의가 번성하는 이 시대에는 돈이 되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미술의 기본적인 본성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은 인간의 장식적 욕구에 반응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미술은 장식품으로서의 존재 이유가 가장 설득력이 큽니다.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미술의 장식적 기능은 유효합니다. 인간의 원초적 시각 욕구인 아름다움을 다독여주기 때문이지요.

결국 미술은 아름다움으로 인간을 위로하는 역할을 합니다. 정신적 서비스업인 셈입니다. 팬데믹 시대를 겪으면서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 진실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장식적 요소로 위로하는 역할에 충실한 그림을 폄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술은 해독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특별한 의미를 가져야만 한다는 지식 위선주의에 빠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미술의 가치 척도로 보편화돼 있습니다. 이는 지식의 영역을 가리킵니다. 지식으로 미술을 재단하는 모순의 말입니다. 미술은 아름다움을 지향하는 감성의 영역이지, 지식을 추구하는 이성의 울타리에 속하지 않습니다.

지식으로 진실을 밝힌다는 이념으로 무장한 미술은 언제나 역사에서 실패했습니다. 나치시대, 공산주의 미술이 이를 말해줍니다. 이념이 번성한 시대의 미술은 피폐했기 때문이지요.

세계적 재앙을 극복하는 방법은 각기 달라야 합니다. 의학은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들어내는 일로 직접 역할을 수행합니다. 매스컴은 실제 상황을 가감 없이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종교는 일상에 지친 영혼을 치유하는 역할을, 미술을 포함한 예술의 역할은 정신을 다독여주는 감성적 위로가 효과적입니다.

이번 시즌 작가들의 작품도 그런 역할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긍정 바이러스로 무장한 그림들이 건강한 정신을 만들어내기를 마음으로 준비한 전시입니다.

솔로몬의 지혜의 말이 위안으로 다가오는 시절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니.’